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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써보려고

duckoo 2017. 3. 9. 16:27

뭐라고 써보려고 만든 블로그다.


트위터 몇 년 하다 보니 나는 글을 길게 쓰지 못하고 문장도 길게 쓰지 못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주 뛰어난 수재는 아니었지만 평균보다는 나은 수준으로 글을 쓰기도 했었답니다, 라는 말도 이젠 양심이 너무 찔려서 못 한다. 그리고 의식의 흐름으로 글 쓰는 것의 재미를 느껴버렸거든. A 얘기를 했으니 B 얘기를 할 차례이고, 그 다음엔 C를 써야지 ㄱ을 시작하면 안 돼. 뭐 이런 규칙들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단 말입니다. 사실 여기서 쓰는 것도 그냥 의미 없는 자음 나열이나 상스러운 유행어만 쓰지 않겠다 뿐이지 결국 글의 모양새는 아주 중구난방 지멋대로일 게 분명하다. 이미 시작된 거 같은데 헉. 


업데이트는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까. 마치 거의 3년째 쓰고 있는 나의 다이어리 마냥 불쌍하게 방치되겠지. 그래도 거기엔 덕지덕지 영화표도 붙이고 좋아하는 글귀, 가사 억지로 큼직큼직 채워넣으면 얼렁뚱땅 페이지 넘겨버릴 수 있는데. 블로그는 정직하게 날짜가 찍히니까 나의 게으름의 흔적을 보며 후회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여긴 그냥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을 때 조금이나마 정리해 둘 공간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지 매일매일 쓰는 일기장 용도는 아니라고. 일단은 당장 이번 주말에 출발하는 일본 여행을 기록할 공간이 필요해서 허겁지겁 만들어 놓은 것이고, 그거 다 올리고 나면 그 뒤엔 뭐 쓸만한 건덕지가 없다. 그때그때 사건 터지고 혼자 으아아 다 죽여버려 하고 싶을 때 여기 찾아오겠지. 


감정기복이 크게 없는 사람이라 생각도 깊게 안 하는 편이지만-저 둘의 인과관계가 있나? 글쎄요- 그래도 나한테도 머리 싸매고 사람 괴롭게 하는 주제가 있다. 오오 역시 덕질. 지난 2월에 덕질 인생에 있어 거의 처음으로 '현타'의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끼고 멘탈 브레이크다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어서 머리 터질 거 같고 어디다 분출은 하고 싶은데 블로그에도 쓸 만한 얘기도 아니고, 트위터엔 더더욱 못 쓸 얘기라 조금 방황을 했었다.

그때 이런 블로그 있었으면 뭐라도 토해낼 수 있었을까. 음... 아닐 거 같애. 솔직히 내가 봐도 그 지질하고 예민한 감정엔 트집 잡을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깔깔깔. 그건 온라인 세상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나의 불쌍한 다이어리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네.


어어 또 삼천포 빠진다. 아무튼 뭔가 생각정리 할 거리가 생기면 90%는 덕질에 관한 이야기지 않을까 싶군요. 생각하는 덕후가 됩시다. 글을 쓰면 복잡한 내 마음 정리할 수가 있답니다. 남들이 하는 말 리트윗만 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성숙한 덕후가 되고 싶다. 그래서 글 쓰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오, 지금도 뭔가 생각 정리 된 느낌이야.


뭐, 이런 이유도 있고- 사실 "내 의견을 표현하자"란 말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자면, "나는 내가 하는 생각을 가장 믿기 때문에 말 할 거야! 네가 듣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일단 나는 말한다!"라는 고집쟁이 불통의 인간이라 표출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도 있다.


그리하여 이 블로그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래 장황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