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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9 아침 단독 공연 ( Achime World ) @상상마당 라이브홀

duckoo 2018. 6. 6. 00:15




"그대는 웃음 머금은 그 얼굴로 그 길을 오랫동안 걷고 있었네. 누구는 포기할 거라고, 멈출 거라고도 했네. 그대는 많은 말을 들었네. 그대가 기뻐한 만큼 상처도 받았네. 그래도 그대는 웃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네 / 사실은 깨질 것 같은 마음을, 사실은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그대는 노래를 시작해, 떨리는 푸른색 목소리로. 그대의 목소리에, 그대의 노랫소리에 세상이 움직이네. 미래가 태어나려 하네. 그대의 목소리에 그대의 노랫소리에 반짝이는 무언가 마음에 한 방울 떨어져."



"이 비가 그친 뒤 얼마가 지나야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까. 내 안의 무수한 너의 모습들, 무엇이 대신 할 수 있을까 / 내가 가진 모든 감정들이 너를 향하고 있는 걸 느껴. / 너의 울음 소리를 내가 잊을 수 있을까. 너와 함께한 모든 곳들을 걸을 때마다 난 너를 그리워하게 될텐데. 내가 가진 모든 과거들이 너로 변하고 있는 걸 느껴."



"세상이 꿈같지는 않다는 사실 막상 인정하려 하니 갑자기 모든게 무서워져서 오늘 밤도 그녀는 베갯잎을 적시네. / 도시의 숨소리도, 사람들 시선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서 한참을 정답에 목말라 있는 그녀."



"제대로 박수 한 번 못 받고, 제대로 악수 한 번 못하고 우물쭈물 대니 어느새 사춘기가 끝났네 /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야. 하지만 주인공도 아니지. 위치를 못 잡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커튼이 닫히는 게 보이네. 조명이 옮겨가는 것도 보이네. 스포트라이트 벌써 저 멀리로, 더 멀리로 / 우리는 우리는 우리들은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지, 우리는 우리는 우리들은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 우리는 우리들은 우리들은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지, 가지고 있는건 무언지."



"내가 여기 있었단 사실을 과연 누가 증명해 주려나 / 지워져가. 모두 지워져가. 나를 따뜻히 감싸던 노래도, 내가 뛰어놀던 그 곳도."



"등 뒤까지 쫓아 온 헤어짐의 그림자는 일정하게 쪼개진 시계바늘의 초침 사이로. 가슴 아프도록 치열했던 나날들, 거품같이 부셔진 추억들은 모래사장에 남긴채."





가사를 이렇게나 많이 쓴 이유는, 그 날 공연 내내 노래 들으면서 하나하나 너무 와닿았기 때문에. 


서울에 살지 않아서 공연 볼 기회도 적었고, 최근에는 지방 내려오는 경우도 별로 없어서 살짝 소홀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 다녀오면서 아침이 얼마나 음악을 잘하는 밴드인지, 내가 왜 아침을 좋아했는지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느낌과 동시에 안녕을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구만리 같은 우리의 인생에 자신들이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면 그걸로 좋다고, 예전엔 긴장해서 2곡만 불러도 목이 다 쉬었는데, 이젠 25곡은 불러야 목이 쉰다고. 그렇게 목이 다 쉬었어도 '물러나지 않습니다!'라고 외치던 목소리가 기억에 아른아른. 솔직히 이렇게 아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막연하게 권선욱은 음악을 놓지 않을 사람일 것 같았고, 이렇게 활동중단을 한다고 하지만 김정민이 제대하면 다시 뭉치겠거니 하고 생각해서 몇 년 못 보는 정도로만 각오를 했는데. 앵콜곡을 할 때 멤버들 모두 정말 영영 헤어질 것 마냥 펑펑 울면서 공연이 끝나버려서, 어젯 밤 그리고 오늘 내내 계속 후유증이 심하다. 


어제 밤엔 서울의 낯선 숙소에 누워 휴대폰으로 예전에 썼던 후기도 돌려보고, 사진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을 처음 접하게 된건 한 3년 전쯤 정말 우연찮게 pathetic sight를 듣게 되면서였다. 평소와 달리 다른 수록곡들은 들어보지도 않고 앨범을 질렀었다. 이 정도 곡을 만들어 내는 밴드라면 다른 곡들은 들어볼 필요도 없다, 뭐 이런 생각으로. 다행히 내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고(오히려 그 기대 이상이었다.) 그 이후 나의 첫 클럽 공연의 인연도 아침이 함께했다. 그 날 클럽공연의 신세계를 처음 접해서, 어리버리하게 앨범도 하나 준비해가지 않았던 터라 급한 대로 연습장에 싸인을 받고, 부끄럽게 악수라도 하자며 손을 내밀었더니 악수 대신 따뜻하게 포옹을 해주던 권선욱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삐뚤한 글씨로 "○○씨 감사합니다."라고 쓴 글씨와 이모티콘 하나가 싸인의 전부였던 귀여운 베이시스트가, 이제는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그려주고 형들처럼 웃으며 공연을 즐기게 됐다는 것도 알았다. (초반엔 스스로 조금 어색해하는 것 같았어. 소근소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밴드의 목표는 히트곡을 만드는 것과 입신양명이라던 아침의 꿈은, 결국 이뤄지지 않은 걸까. 그렇게 결론 짓기에는 그들이 가진 재능이 참 아쉽다. 언제가 되든 다시 한 번 볼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돌아온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돌아오겠다라고도 하지 않겠다."라며 끝까지 너어어무 솔직했던 권선욱. 그래도 이제껏 해줬던 것에 진심으로. 땡큐베리머치!



내가 특별히 애정하는 정민씨는 단독컷!


나중에 다른 밴드에서라도 어떻게 안될까요? 저 베이스 소리 앞으로 어디서 듣나..(통곡)





"달라질게 있을까, 더 나빠질게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못 된 우리들을 이길 수 있을까."




아침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곡, 마지막 가사는 이렇게 끝났다. 

지구 종말을 노래하던 2012가 아침월드의 끝을 알리는 노래로.

가지말라는 팬들에게 끝끝내 안녕을 얘기하는, 그 어느 때보다 못된 우리를 이길 수 있겠냐고 물으면서.








오늘 갑자기 날씨 우중충하니까 아침 생각나서 비공개 블로그에 묵혀뒀던 글 긁어왔다

제일 열심히 쓴 후기이기도 했고 이도 저도 아닌 글이지만 나름 혼자 좋아하는 글

이때는 자음ㅋㅋ ㅠㅠ 따위 없이 글쓸 수 있었는데 4년간 내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잘 쓰는 걸 바라지도 않고 그냥 어떻게든 자음 없이 글을 완성하기라도 하면 좋겠는데

더 이상 담백한 감정으로는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게 된 걸까

그럼 이제 내 감정이 그만큼 풍부해진 거라고 합리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