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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가 쓰는 글

덕질의 덕목: 레고 쌓지 않기 본문

생각털어놓기

덕질의 덕목: 레고 쌓지 않기

duckoo 2017. 7. 15. 02:59

너에겐 긴글을 쓸 시간이 필요하다, 자리를 마련해주지, 하고 만들었던 블로그인데 덕내 풀풀 풍기는 여행기 이후로 아무 것도 쓰지 않은 게 사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다음 주에 또 덕질 여행 가는데 바로 이어서 여행기 올리면 블로그에 처음 올렸던 글 때문에 민망해져서 뭐라도 채우려고 글쓰기 페이지 들어왔다. 계속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집에 와서 컴퓨터 켜면 트위터와 유튜브만 떠돌아다녔던 지난 날의 게으름... 몇 년동안 바보처럼 살았더니 영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근데 되돌아온다는 표현을 써도 될까?! 그랬던 적이 있었나?! 몰라...



그래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계기는 뭐라도 올려야겠다는 압박감으로부터 기인한 것이지만, 쓸 내용은 꽤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이다. 머릿속 한편에 추상적으로 떠도는 나의 다짐이었지. 레고 쌓지 않기. 레고라니 뭔 소리야, 싶으니 흔히들 쓰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우상화/영웅화 하지 말자는 거다. 내가 제일 열심히 우상화 했던 서회장님 앨범 트랙 제목에서 따와서 혼자서 저렇게 쓴다. 내 입맛에 맞게 골라 쌓아올리는 레고.



1. 나는 나름 꽤 오랫동안 덕질을 하고 살았다고 자부한다. 일단 연예인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맘 속에 품어오기 시작했던 게 7살이었다. 뭐 그 정도는 다들 하지 않냐 싶지만 그래도 그 나이치고는 꽤 열심히 좋아했다. 방송도 챙겨보고 안 좋은 소식 들으면 내 일 마냥 슬퍼도 하고. 그리고 그 덕질이란 게 중학교 때부터 본격화 돼서 지금까지 인생에 덕질을 빼면 남는 게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지. 진심 덕질 안 하고 다들 어떻게 뭐하고 노는지 모르겠어..

아무튼 최고수준은 아니더라도 남들보다는 좀 더 유난스럽게 덕질을 한데다가, 좋아했던 연예인들이 죄다 내 세대와는 비껴나간다는 특수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아 누구하면 덕후1, 덕후1하면 누구 이런 이미지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2. 뭐 내가 얼마나 가열찬 덕질을 해왔나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이 1n년의 시간 동안 습득한 교훈이 있다는 걸 말하려고. 그게 뭐냐면 바로 '레고 쌓지 않기'다.

요즘은 그런 성향이 많이 준 거 같던데, 예전에는 내 연예인을 우상처럼 보는 문화가 좀 있지 않았나. 오래된 팬덤일수록 그런 성향은 더 심했고. 그리고 나는 그 틈에서 덕질을 배운 덕인지 아니면 내 원래 성향이 그런지 닮고 싶은 사람, 배울 게 있는 사람들을 덕질해왔다. 처음 덕질은 멋모르던 꼬맹이가 좋아하던 게 이어졌고, 그러면서 그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냈 거라면, 나중에는 그 사람의 직업적 성과 외에 인간적으로 훌륭한 점을 발견면서 단순한 호감에서 덕질모드로 전환하게 된 거다. 


근데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다 보면 결국 한 번쯤은 우리가 했던 기대가 부숴지는 순간들이 온다. 그 이유나, 내가 얼마나 좋아하나, 뭐 이런저런 요소에 따라서 돌아설 때도 있고 끝까지 못 놓는 경우도 있는데 그 과정들 다 겪으면서 명심했던 게 레고 쌓지 말아야겠다는 거였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스캔들과 결혼 발표ㅋㅋ로 확실히 느꼈다. 나는 당시 가장 최근 앨범으로 입덕한 팬이어서 그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 해서인지, 그래서 그 애정의 깊이가 달랐는지 그저 놀랍고 와 어빠도 사람이었네 ㅋㅋ 행복하세요 하는 게 다였는데 어떤 팬들은 아주 난리가 났었다. 솔직히 나는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이성을 잃고 억울함과 배신감으로 열을 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사실 지금도 그럼). 그래서 그 이유가 뭘까, 하고 혼자 고민하다 오만한 결론을 내리게 됐는데, 그게 바로 그 놈의 레고 쌓기였다. 저 사람들은 레고를 너무 많이 쌓았구나, 싶었던 거지 뭐.


내 입맛에 맞게, 원하는 모양대로, 원하는 색깔로 쌓아올리다가 레고 주인이 나타나서 이러면 안 된다고 그 레고성을 부숴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그 때 뼈저리게 느꼈다. 허락 없이 멋대로 쌓아올린 것을 주인이 나타나 부정하는 걸 가지고 나를 엿먹이다니, 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이것도 결국 덕후인 내가 널 몰랐던 거구나, 내 잘못이다 하는 구질구질하고 찌질한 마인드이긴 한데; 원래 내가 덕질을 그런 스타일로 해서 그거까지 고칠 수는 없다. 그냥 내 마음 안에서 정하기로는 그렇게 해야 '인정하기'가 쉽다는 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진리와도 같은 소리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릴 땐 자꾸 잊어버린다. 그것이 바로 내 덕질의 기본, 사랑과 존경심이 가지는 치명적인 문제점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주 그러기 때문에 생각 정리해둘 필요가 있어서 썼다. 그러면서도 나는 자꾸만 너의 인성에 빠지고 너의 인성을 영업하곤 하지... 그만하기에는 너무 달고 맛있는 떡밥이잖아....



3. 덕후인생 살면서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람/착한 사람으로 비춰질수록 떨어질 땐 더 크게 떨어진다는 걸 알아서, 무슨 일 생길 때마다 걔는 안 그렇던데, 개 밖에 믿을 사람이 없네, 같은 소리 나오면 불안하다. 이런 말 쓰면 꼭 그러길 바라는 것처럼 받아들여질까봐 두려운데, 그건 절대 아니고, 그냥 완벽한 사람이라고만 여겨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놈이라는 건 아니잖아욧?! 성악설을 믿는 건 아니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나쁜 점은 있을 것이고, 그건 내가 지금 가장 예뻐하는 우리 예쁜이도 마찬가지겠지, 어떻게 조금만 꺾어 보면 얼마든지 트집 잡을 수 있고, 완전무결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이 안 알려진 얘기도 있고, 알려진 얘기더라도 사람마다 가치판단 기준이 다르니 나는 가볍게 넘긴 걸 남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냉정하게 봐서 말이다. 나는 알면서도 그냥 얘가 사랑받길 바라니까, 그리고 괜히 나서서 안 좋을 얘기 들을 이유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팬이니까 좋은 얘기만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래 그게 잘못된 건 맞아,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점이 많아서 나는 얘를 못 놓겠어!!ㅠㅠㅠㅠ' 하고 질척거릴 거야. 그러니까, 나는 내가 그런 답없는 덕후란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미리 밑밥을 깔아두려고 한다. 얘는 완벽하지 않으니 괜히 허황된 레고 쌓지말라고. 



4. 그래도 정말 많이 믿고 존경해 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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