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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쓰는 에즈라 밀러 /프라이드/해리포터 덕후의 런던 투어 #4 본문

여행기

느리게 쓰는 에즈라 밀러 /프라이드/해리포터 덕후의 런던 투어 #4

duckoo 2018. 6. 17. 22:47

느리게 쓰는 에즈라 밀러 /프라이드/해리포터 덕후의 런던 투어 #4





10. 아침의 꽃시장


이틀 연속 뭔가 애매하게 신경 거스르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 날부터는 조금 여행다운 여행, 런던다운 런던을 즐길 수 있었던 거 같다. 이 날은 일요일이 었기 때문에 콜럼비아 꽃시장이 첫 일정이었음. 그리고 이렇게 일정 얘기하다가 갑자기 뜬금 없이 갑작스럽게 옷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내 촌스런 깔맞춤 취향이 이날 제일 잘 맞았기 때문이다 낄낄. 따로 번호 달고 올릴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닌데 뭔가 얘기는 하고 가고 싶고, 그렇다고 얻다 붙여서 얘기해야 될지는 모르겠어서 그냥 이렇게 불쑥 얘기하고 넘어간다. 시크니 모던이니 뭐 이런 거 나랑은 안 어울리고 난 뭐든지 조금이라도 과한 게 좋아 응 신발이 에러 같지만 이번 여행 출발부터 신발 가방을 아예 통으로 두고 와서 저걸로밖에 버틸 수가 없었던 나의 슬픔을 생각하면 참고 넘어갈 수 있다. 그나저나 가방은 도대체 지금 봐도 매일 왜 저렇게 짐이 많았던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되네... 카메라도 손에 들고 있는데 대체 뭘 넣고 다녔던 걸까, 그날의 나..


암튼 얘기가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아침에 콜럼비아 꽃시장을 가야했기 때문에 다른 날보다도 조금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아침이라서인지, 아님 런던이라서인지 모르겠지만 호스텔 나왔을 때 공기가 축축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주말에 이른 아침 버스 타고 짧게 이동하는데 창문 밖으로 꽃시장 다녀온 듯한 사람들이 꽃다발들을 하나씩 품에 안고서 걸어가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숙소랑 제법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고, 사람들 따라 쬐끔 걸어가니까 꽃냄새가 확 풍기면서 꽃시장이 열린 거리가 나왔다. 아침인데도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으나, 사실 시장 규모 자체는 생각보다 훨씬 작아서 조금 구경하나 싶을 때 시장이 끝나버린다. 차라리 그렇게 금방 끝나버린 시장 거리를 되돌아가면서, 가판대 뒤쪽 가게들 구경하는 게 사실 나는 더 재미있었다. 빵도 팔고 예쁜 소품샵들도 많았음.


그리고 사실 시장 초입에서 사진 좀 찍으려고 카메라 들었다가 아저씨가 사진 찍지 말라고 그래서 고개 들어보니 오만상 NO PHOTO 팻말 붙여놨길래 김이 빠진 것도 아마 재미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을듯. 나는 못 말리는 원칙주의자라서 그렇게 말해버리면 정말 아무 것도 못 찍게 돼버린다고요 흑흑... 그래도 나름 팻말 없는 곳에선 몇 장 찍긴 했다. 그걸로 위안 삼아야지. 꽃이 싸긴 싸서 한 다발 사가지고 기분 좋게 다닐 생각도 했는데 말했듯이 내 짐 도대체 왜 그렇게 많았던 건지... 분명 그땐 다 필요해서 들고 다녔던 것들인데 지금엔 뭘 들고 다녔는지 생각도 안 나고 노답임. 그래서 아이고 사봤자 짐이다 숙소에 둘 수도 없다 이러면서 포기 했음.


그렇게 싱거운 구경 끝나고 나니까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난 것도 문제였다. 그 근처에 쏜즈네가 공연했던 펍이 있어서 거기 가서 점심이라도 먹을까 생각했는데 암만 걔네가 낮장사를 한다 해도 이 시간에 문을 열 것 같진 않은 거야... 한 10시도 안 됐나 그랬을 거임. 그때 쯤에 인스타로 아는 영국인 녀석이 일요일이면 선데이로스트 먹으라고 호들갑 떨어서 아 그래? 찾아보고 가볼게~ 하고 받아줬던 기억은 난다. 근데 그래놓고 누가 내 일정에 간섭하는 건 싫고 또 그런 거 파는 집 어딨나 찾아보기도 귀찮아서 말만 그렇게 하고 결국엔 똥고집 부려서 그냥 바로 브릭레인으로 갔음(?) 여행 정말 개똥으로 하죠



꽃시장 갔다면서요 정말 사진이 이게 다입니까? 네 답니다

7장 찍어서 3장 건졌다 이렇게 다녀보니 알겠어 저는 마켓을 구경하는 것엔 영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인가 봅니다

그나마 재밌었던 거 거기 어디야 노팅힐 촬영지 벽색깔 알록달록 그 동네 마켓이 그나마 크고 재밌었던 거 같다

근데 이번 여행엔 거기 안 갔으니까 무소용



영국인들 윈도우 디스플레이 넘 기가 막히게 잘해놓는다


트럼프 존나 싫어하는 척 하면서 존나 열심히 트럼프 덕질하는 세계인들... 정말 못 말려...

근데 그래놓고 나도 트럼프에 정신 팔려 옆에 저렇게 귀엽고 예쁜 케이크 미니어처들이 있었단 사실을 방금 사진 보고나서야 알았다


브릭레인으로 이동하려고 구글맵 띄웠는데 그 근처에 에즈라 스트릿이 있길래 굳이 거기로 가서 사진 찍고 왔다


에즈라 스트릿 사진 찍으러 가는 와중에 어떤 분이 나한테 와서 뭐 물어봤는데 그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 이렇게 쓸데없고 사소한 것까지 다 적는 이유는 지금 점점 다이어리에 내용이 부실하고 내 기억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다 적어야겠다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야 아 맞아 동전 바꿔달라는 거였지 싶어ㅋㅋㅋㅋ 잔돈 있냐고 물어봐서 세봤는데 마침 딱 그만큼 있어서 바꿔드렸음 이상한 사람 아니고 오랜만에 만난 정상적인 스트레인저였기 때문에 이렇게 기억에 남는 것 같다.




11. 다시 찾은 브릭레인


꽃시장에서 브릭레인까지는 걸어서 왔다. 그래서 덕분에 그냥 관광지/번화가 아닌 동네에서 늦은 아침 공기 맞으면서 음악 들으며 걸어가게 됐는데 그 분위기 너무 좋았음. 한적하고, 한적하고, 한적하고, 한적한 그 분위기. 내가 막 시끄럽고 화려한 걸 좋아해서 도시를 좇아다니는 게 아니라, 사실은 그냥 깨끗하고 편리한 곳 찾다보니까 도시에서 쉬고 싶은 거라서 그렇게 대도시 속에 있으면서 고요함 느끼는 순간들이 정말 소중함. 그래서 도시 여행이라해도 마켓 구경은 별로 안 좋아하고 카페에나 죽치고 있고 미술관이나 서점 가고 그러는 노잼 여행을 하는 것이다... 






브릭레인에 다시 온 이유는 바로 시리얼 킬러 카페 때문이었다. 브릭레인은 주말 마켓 준비로 토요일에 왔을 때보다 훨씬 붐벼서 내가 갔을 때 자리 없을까 싶었는데 이른 시간이었던지라 다행히 카운터 옆 작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음. 한국처럼 자리 맡고 돌아다니는 거 존나 위험하다고 다들 겁주지만... 그냥 눈치껏 여기서도 괜찮겠다 싶으니까 대충 자리 잡고 호다닥 주문했다. 초코초코 넘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나는 The Lion King이라는 시리얼을 시켰음. 직원들이 친절하고 귀여우면서 제법 프로페셔널해보였음 ㅋㅋㅋ 그 프로페셔널함의 대상이 시리얼이라 대단히 큰 인정을 못 받을뿐...


테이블 번호 대신에 레트로한 비디오테잎 케이스를 주는데 이거 너무 귀여웠음. 그리고 나는 이 여행기를 쓰면서 아 난 죽어도 초록창 블로거는 되지 못 하겠구나 느꼈지. 왜냐하면 그걸 귀엽다~ 생각만 하고 또 사진은 안 찍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거 일일이 하나하나 찍는 사람들 정말 부지런하고 대단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아 난 솔직히 막 사람들 붐비는 가게에선 일어나서 여기저기 가게 찍어대고 인증샷 찍고 이런 거 못 하겠기 때문에 더 존경스럽다. 소심한 것과 별개로 그냥 아 막 굳이?? 귀찮아 남들이 올려주잖아 걍 앉아서 쉬기나 하셈.. 이런 마인드로 퍼질러 있다가 집에 와서 사진 없다고 후회함 ㅎ 



암튼 요게 내가 시킨 거고 우유 좀 붓다말고 아 맞다 사진 이러면서 찍었는데 존나 우유 부은 티가 안 난다. 왜냐면 아래 동영상 보면 알 수 있듯이 첵스류 시리얼이라서 얘가 우유를 고대로 다 흡수함ㅋㅋㅋㅋㅋㅋㅋ근데 그런 이유말고도, 전반적으로 모든 메뉴가 그릇 사이즈에 비해 우유의 양을 눈곱맨치로 주는 것 같았다. 혹여나 가신다면 우유를 더 많이 시키시길... 나 시리얼 받아올 때쯤 됐을 땐 그단세 사람들이 와르르 몰려들어와서 지하도 꽉 차고 그래서 다시 주문 줄 서기도 애매했음. 졸라 주문하러 일어서 가는 순간 다른 사람 와서 내 자리 차지하고 앉을 그런 분위기였음. 그리고 나 먹고 있던 와중에 되게 막 홍대 례술.. 할 것 같은 한국인 분들이 와서 무슨 촬영 요청 구하다가 실패하고 돌아가는 것도 봤다. 쉴새없이 사람들 들락날락 거리고 자리 없어서 포기하고 나가고 이러는 거 보니까 확실히 유명한 집이라는 게 실감이 나면서 동시에 나는 으 시발 빨리 나가고 싶다가 됐음ㅋㅋㅋ큐ㅠㅠ 무슨 프랜차이즈도 아닌데 이런 시장통 분위기에서 뭐 사먹는 거 싫어...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브릭레인 마켓을 둘러보는데 확실히 토요일보다 훨씬 많은 벤더들이 와 있었음. 그리고 골목 끝 공터 같은 곳에 진짜 빈티지 마켓이! 있었다! 하지만 거길 가보고 나서야 나는 왜 사람들이 브릭레인 마켓에 별 볼 거 없다고 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약간 빈티지스러운 멋이 아니라 진짜... 진짜 중고... 그런 것들만 잔뜩인 것... 남자들 가죽자켓이랑 청바지가 많았어서 그런가 약간 아저씨들 위한 마켓 같고 ^_ㅠ 전편에 말했듯이 그 시장보다는 지하 아래에 진짜 예쁜 가게들이 널려있으니 빈티지 쇼핑을 하고 싶으시다면 거기서 보는 것이 훨훨 이득이다.

그렇게 별 소득없이 마켓 빠져나오다가 시선을 사로잡힌 풍경이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체스를 1:4로 하고 있었음. 그니까 한 번에 네 경기를 동시에 하시는 것 ㅋㅋㅋㅋ 동네사람들 다 모여서 그거 구경중이길래ㅋㅋㅋ 나도 룰은 다 까먹었지만 옆에서 구경했다. 아저씨가 나보고도 해볼래? 했는데 룰 잘 기억 안 난다고 사양함. 그러더니 나보고 중국인이녜. 아니여^_^ (이 악물) 했더니 잠시만 내가 맞춰볼게, 하면서 한국인! 이랬음 ㅋㅋㅋ 맞다니까 그래, 알고 있었지 껄껄 하시던데 뭔 소리예요 첨에 몰랐잖아요... 근데 뭐 딱히 의미 있었던 일은 아니라 그 자리에서 꺼지고 싶을 정도로 기분 나쁘진 않아서 그냥 나도 거기서 구경하면서 시간 좀 떼웠다. 마켓 자체가 너무 재미없어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그 할아버지 뿐임




12. 한국에서 놓친 전시회를 런던에서



두둥. 다음 코스는 보시다시피 조안 코넬라 전시. 세세하게 스케줄 짜지 않은 덕에 이 일정을 끼워넣을 수 있었다. 딱 보름만 열리는 작은 전시회여서 그전에 암만 갈 곳을 열심히 물색했다해도 몰랐을 정보였는데 그 전날 브릭레인 음반매장에서 이 전시회 포스터를 봤고, 바로 다음날에 여기 가보기로 결정해서 다녀왔다. 사실 여전히 조안 코넬라 작품들이 풍자인지 아님 그냥 기분 나쁘기만 한 블랙유머인지 경계를 명확히 지을 순 없는데 그래도 한 번은 전시회라든지 뭐로든지 쭉 보고 싶었음. 그리고 아마 내가 여행 가기 몇 달 전쯤에 애호박쓰가 자기 례술 공간에 전시회를 유치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결국 또 서울이고 전시회 하나 보자고 서울 올라갈 정도의 열정은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었단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운 좋게 여행기간에 겹칠 줄이야~ 안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냉큼 다녀왔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대략 30 작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이때도 여전히 이르다 싶은 시간대여서 나 왔을 땐 사람 많이 없었고 스텝들이 사람 들어오니까 엄청 반기는 눈치였음 ㅋㅋㅋ 암튼 명단 작성하고 하나하나 오래 재밌게 봤다. 작품마다 해석하는 재미는 있는 작가니까 작품 하나 보는 데도 평균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듯. 나는 뭐 구경하는 거 좋아하긴 하는데 사실 자세한 지식은 없고 그냥 예쁘고 재밌다 싶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보통은 인상파 화가들이나 좋아하지, 현대미술에는 조금 무감흥한 편인데, 솔직히 조안 코넬라 작품들 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음. 




그래서 찍어 온 작품들


 


 



 


진짜 약간 정신이 나가는 기분이기 하지만 뭐... 더럽고 추악한 인간 본성이 잘 보여서 흥미로웠다는 포장을 하고 싶네요... 여기서 한참 구경하다가 갤러리 입구에 있던 셀카권총봉 사진 옆에서 기념 사진 부탁해 찍고 나왔다. 근데 나중에 이동하면서 사진 자세히 확인해보니까 아 이 센스 없는 인간이 총을 잘라놓고 사진 찍은 거다. 그렇게 머리에 손가락으로 헤드샷 겨누고 있는 내 포즈의 의미는 없어지고 사진 속에는 그저 어둠의 흑염룡을 가슴에 품은 애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 여기 전시회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중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내 취향이라 음악 검색 돌려서 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 노래가 있다. 나는 원래부터가 고집불통인 인간이라 아무리 옆에서 음악 추천을 해주고 이거 들어봐 해도 잘 안 듣고 영업도 안 당하는 사람이라 내 플레이리스트에 입성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닌 편임. 내 재생목록에 새롭게 발을 들일 수 있는 곡들은 내가 원래부터 좋아했던 가수들의 새앨범이 나왔을 때나, 내가 갈 페스티벌 라인업에 들어있어서 할 수 없이 내가 예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냥 내 의지가 아닌 상태에서 노래를 들으면 웬만큼 취향 저격 당하지 않는 이상은 그냥 넘어가버리는데, 이 노랜 이상하게 너무 좋았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면 기대만 올라가고 다른 사람들은 별 느낌 못 받을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그냥 나는 이번 여행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곡이 이 노래이기 때문에 이번 편은 이 노래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이 노래의 매력은 1분 10초부터


근데 나 유튜브에 검색은 방금 처음 해봤는데 글라스톤 배리도 서고 그러셨던 밴드잖아?

지금 약간 진정한 뮤/즈팬 어쩌고 그거 된 기분ㅋㅋㅋㅋㅋㅋㅋㅋ라이브도 존나 잘하네... 



관객 반응은 이게 더 좋길래 라이브 영상은 이걸로....

나도 라이브로 이 노래 들으면서 후렴부 빵 터지는 거 대기하고 있다가 존나 춤추고 싶다






제목이 무색하게 세 가지 덕질 얘기가 단 한 번도 안 나온 거 같아 민망하다 여행 후반에 많이 몰려있어요... 그것도 많은 건 아닌데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