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쓰는 글
에즈라 덕후 투어 in 도키요 #1 본문
에즈라 덕후 투어 in 도키요 #1
서문: 도키요라고 쓴 이유는 혹여나 모를 셀털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일반인들에게 검색 걸리지 않았으면 해서 앞으로도 여러 키워드를 요딴 식으로 쓸 예정이다.
이 여행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가; 여행 재미 없게 다니기 세계 챔피언 1위인 덕후의 아무말 대잔치로 시작해서 아무말 대잔치로 끝날 것이다. 나는 나름 자기애가 있는 사람이라 내가 써둔 글을 나중에 다시 읽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그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지 여행 정보 제공용으로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이번 여행은 이래저래 기분 나쁜 일도 많았기 때문에 남이 불평불만 하는 거 듣고 싶지 않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도움이 안 된다. 덕후가 얼마나 뻘짓하고 돌아다녔는지까지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딱히 꼼꼼히 읽어 볼 필요 없고 그냥 장소만 냅다 적어가는 것이 여러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행 일정 요약
( 볼드 처리 된 게 에즈라가 들렀다 간 곳입니다 )
1일 - 오후 1시 쯤 Na리타 공항 도착
공항 > 숙소 > 오다Ol바 오오Oㅔ도 온천 > 팔레트 Plaza > 관람차 > 숙소
2일
10시 쯤 슬렁슬렁 숙소에서 나옴
오MO테산DO 블루Bottle > HA라주쿠 LA포레 백화점 앞 > Kin지 구제샵 > 캣 Street > Lu크's 랍스타 Si부야 점 > HUMAN 트러스트 극장 > holehole 카페 앞 > JBS > 저녁 > 방황.. 고통.. > 숙소
3일
10시 반 쯤 숙소 나옴 > 공항
오랜만에 자유 여행 갔다. 나는 사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일본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내 여권에 일본 입국 도장이 찍힐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내 의지로. 그런데 1월에 에즈라가 일본에서 친구들 만나고 재밌게 놀고 있는 거 보고 있자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충동적으로 도키요 행 티켓을 끊어버린 것이죠. 그러니까 내가 도키요로 가게 된 이유의 9할은 에즈라 때문이었지, 다른 곳처럼 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여행은 아니었다.
내 제2외국어는 일본어였지만 나는 그때도 일본 싫어어엉 하던 편협한 마음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일본어 배우고 싶지 않아' 모드였다. 당연히 내신 성적 중에서도 일본어 과목이 제일 낮다. 그러니 그때도 못했던 일본어 지금이라고 잘하겠냐, 아리가또/스미마셍 따위의 정말 기본적인 회화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출발했다. 급하게 곤니찌와인가 뭐시긴가 사람 마주할 때 필요한 인사는 외우긴 했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긴 싫었다. 뭐 가까운 나라니까 한국어 안내도 잘 돼있을 거고 아니면 차라리 영어를 쓰고 말지, 라는 게 여행 떠나기 전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집스럽고 오만한 마음가짐으로 떠난 여행은 당연히 그동안의 해외 여행 중 가장 구린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지. 으으..
1 도착한지 30분 만에 일본의 양면을 느끼다.
첫날 내가 쓰려고 했던 현금은 12,000엔. 이걸로 숙소 잔금+교통패스를 해결하고 오후~저녁까지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출국장을 빠져나와서 게2세2 버스와 Me트로패스를 사러 갔는데, 자리가 있는 버스가 30분 후에나 있는 것이다. 나는 4시에 도키요역에서 55에도 온천 무료 셔틀을 탈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다릴 수가 없어서 돈을 좀 더 내고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다. 3천 얼마한다던 기존 정보와 달리 2100엔인가 그랬고 나는 외국인이라서 1900엔으로 살 수 있었다. 도키요 시티 air 터미널에서 정차하는 리무진이었고 내가 잡은 숙소는 거기서 도보 이동 가능해서 냉큼 그걸로 구매 함. 그러니까 이제 나한텐 만 엔이 남은 거지. 그리고 그 남은 돈으로는 48시간짜리 패스(1200엔)을 샀다. 동전을 조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1만엔 지폐 한장과 동전 200엔으로 맞추어냈다. 패스를 건네 받고, 여기 주의사항 읽어보라는 안내 받고 나는 버스를 타러갔다. 내가 탈 버스는 1시 30분 출발이었는데 시간이 약 7분 정도 남아있던 상황이라 정신 없이 밖으로 나갔고, 그덕에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덜렁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셔틀 스탑에서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니 옆옆옆 스탑으로 가라기에 응 하고 또 짐을 바리바리 들고 옮겨갔다. 근데 그 앞에 서니까 지갑에 표가 없다. ? 100보도 안 걸은 거 같은데 그 사이에 표가 사라져? 내가 멍청하거나 직원한테 표를 돌려받지 못했거나 하나인데, 그거 따지기엔 일단 시간이 없어서 어 나 표 없어졌다고, 못 받은 거 같은데, 저 직원이 내가 표 보여줬던 거 기억할 거예요! 하고 다시 처음 만났던 직원을 찾아 달려갔다. 그러던 와중에 그 사이에 있던 좀 경력 있어보이는 아저씨도 같이 따라붙고 처음 직원을 만나서 나 티켓 다시 못 돌려 받은 거 같아요ㅠㅠ, 그래도 내가 티켓 보여준 건 기억나죠 ㅠㅠ 하고 진상을 부렸다. 죄송합니다… 아저씨가 나 지갑이랑 포켓이랑 다 확인해보라고 해서 주머니 다 확인시켜줬는데도 없어, 사라졌어. 나 영수증은 있다고 이걸로 안되겠냐고 손짓 발짓하는 사이에 1시 30분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가 일단 왔으니 그쪽도 나도 어쩔 수 없어서 일단 '영수증+티켓 본 거 기억하는 사람 있음' 해서 다행히 무사 탑승할 수는 있었다. 짐에 번호표 붙이고 올라타려고 하는데, 갑자기 또 이 버스 아니라고 하는 거다. 어어 이거 도키요 시티 에어 터미널 적혀있다구, 1시 30분 버스 아니야? 하면서 영수증 보여주니까 응 또 맞대 ㅋㅋ 그래서 어휴 다행이다 하고 버스 올라타서 이제야 한숨 돌리는데 나랑 같이 뛰어다녔던 직원이 버스 올라와서 날 불렀다. 또 뭐 문제 있나 싶어서 긴장하고 쳐다보는데 “어-, 어- 미, 미안해요!” 라고 말해줬다. 헉, 친절해… 급작스럽게 들려 온 한국말 때문에 나도 한국말로 어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했는데 이해 했으려나 마음으로 이해 했겠지. 암튼 정말 일본인들 친절하긴 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티켓을 찾아보려고 지갑을 뒤지는데 뭔가 허전하다.
현금이 한 푼도 없다. ????
그제야 패스 사고 나서 잔돈을 안 받았다는 게 생각났다. 근데 난 이미 버스 타 있다. 이 현실 믿고 싶지 않아서 내가 돈을 잘못 챙겨서 12백 엔을 냈을 수도 있어, 라고 정신 승리 하려고 하는데 한편으론 자꾸만 내가 확실히 지갑에 만 엔을 넣고 꺼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만 엔 하나, 천 엔 몇 장, 아빠가 준 엔화 동전들 챙겨넣고 나머지 천 엔들은 착착 챙겨서 봉투에 넣었던 것, 메트로 패스 구입 직전에 어 만 엔 밖에 안 남았네, 여기서 내고 잔돈 챙겨가지 뭐 했던 것들 으아아아
일본인들 착하고 양심적(ㅋ)이라며! 그 정도 금액이면 자기들이 나를 불러세워서라도 다시 돌려주지 않았겠냐고 애써 믿어보려했지만 마음 한편으론 이미 반포기 상태였다. 터미널 도착하자마자 에휴에휴 소리 내면서 캐리어 열고 경비 봉투 확인해봤는데 네, 역시나 거기에도 만 엔은 없었습니다. 만 엔은 그 망할 직원의 손에 들려있었겠지. 감정 기복 없는 사람이라서 막 분노가 폭발하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냥 뭐 “에휴, 일본놈들 니들이 그러면 그렇지. 이 음흉한 놈들아” 같은 썩은 고정관념이 더욱 굳건해졌다.
뭐 그래도 이왕 왔는데 잊고 즐겁게 다녀야지.. 하고 꾸역꾸역 힘을 내어 숙소로 갔다. 내 숙소는 시내와는 좀 떨어져 있는 캡슐 호스텔이었는데, 생긴지 몇 년 되지 않아 깔끔했고, 주변에 강도 있고 조용한 동네라 마음에 들었다. 또 한국인도 많이 찾지 않는 곳 같아서 딱 내 맘에 들었다.
※여행 다닐수록 가장 중요한 조건-한국인들이 많이 있는가 아닌가.
직원들도 젊고 친절했고, 내가 묵었던 시기가 딱 호스텔 2주년 기념 이벤트 하던 때여서 내 이름을 일본어로 적은 기념 티셔츠도 받아서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체크인 하고 나서 짐 대충 풀고, 55에도 온천 할인 쿠폰 실컷 인쇄해놓고 집에 두고 왔길래(실수가 끊이질 않음) 프론트에서 인쇄 부탁해서 다시 쿠폰 챙기고 드디어! 본격적인 에즈라 투어를 떠났다.
2 온천은 오랜만이었어요. 에즈라 때문에 갔어요.
오다2바를 가려면 유리ka모메니 뭐니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나는 도키요역 무료 셔틀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럼 일단 도키요역 근처 셔틀 정류장으로 가야했고, 이때 처음으로 도키요 지하철을 탔다. 나는 J알 라인은 한번도 안 타고 다 국철? 그 메트로만 이용했는데 무난하게 잘 다닐 수 있었던 거 같다. 아무튼 구글맵과 도키요 지하철 어플을 적절히 활용하여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구글맵에서 내가 타는 노선을 확인하고 지하철 어플에 입력하면 그 역의 번호가 뜬다. 그럼 그 번호 적힌 곳으로 가서 전철 타고, 내릴 때는 내가 가는 길이랑 제일 가까운 출구의 번호를 구글맵으로 확인 하고 지하도를 따라 걷다가 올라가면 된다. 어렵다 복잡하다 악명 높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가서 눈으로 보고 타보면 아예 못 따라올 정도는 아닌 거 같다. 물론 다른 도시들에 비해 쓸데없이 회사가 나눠져있어 불편한 건 맞음.
나는 도키요역 말고 니혼ba시인가 뭔가 하는 역에서 내려서 걸어 갔고, 어렵지 않게 셔틀 정류장 앞 세븐일레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가 3시 45분쯤 됐었나. 버스는 미리 도착해 있었고, 나는 허기를 느껴 세븐일레븐에서 딸기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음 맛있었어 쩝쩝. 여기서도 멍청했던 게 직원한테 당당하게 곤니찌와- 하고 난 뒤에 계산 하는데 그 직원이 또 뭐라뭐라 해서 “쏘,쏘리…?” 했더니 직원도 나만큼 당황함. 둘이 에에어어 하고 버벅거리다가 내가 눈치로 아 가격 말해준 거였구나, 싶어가지고 혼자 “아! 아아~~ 오케이오케이…” 같은 소리 하다가 잔돈 거슬러 받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 나왔다. 휴, 숫자도 하나 못 알아듣는 일본어 무식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편의점 근처에 마땅히 먹을 자리가 없고 시간이 촉박한 거 같아서 오다이바 도착하면 먹기로 하고 버스에 탔다. 나는 평소에도 버스 타는 거 좋아해서 창밖 구경 열심히 했다. 일본은 베란다가 아니고 테라스가 많구나, 길거리가 깨끗하긴 하구나, 아저씨들도 날씬해서 좋다, 수트업 착실히 하고 다니네, 아 여기 회사 분위기가 딱딱하니까 저렇게 다들 양복 입고 다니는 건가, 귀엽게 생긴 자동차가 많다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눈도 좀 붙였다.
금방 오다2바 섬 안으로 들어왔고, 저 멀리 보이는 관람차와 온천 간의 거리를 생각했다. ‘음 걸을 수 없겠군.’ 셔틀 타고 편하게 온천 코 앞에 내렸다. 앞에 벤치 있길래 가서 샌드위치부터 먹었다. 한국 세븐일레븐에도 이게 들어왔다 하지 않았나? 근데 절단면에만 박혀있어서 욕을 오진장 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행히 여기엔 그런 거 없이 뒷면에도 딸기가 있었다. 식빵이 부드러워서 순식간에 씹어 삼켰다.
그리곤 온천 들어가기 전에 에즈라가 찍었던 셀카 방향대로 사진을 찍었다. 전래 각도 맞추기 힘들어… 요새 갈수록 사진 찍는 걸 귀찮아하는 터라, 이정도만 맞춘 것도 그때의 나로선 최선이었다. 그리고 에즈라랑 나랑 키 차이 나서 지붕까지 찍을 수가 없어. 주변에 한국 목소리 들리길래 그 분들한테 전신샷도 부탁드렸다. 카메라 건네 받으시면서 어어 사진 못 찍는데 하시길래 겸손인줄 알았는데 정말이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요정도 기울기는 내가 수정하면 되니까, 찍어주신 것으로도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이 나한테 다 둘러보고 오셨냐고 묻기에 방금 도착했다 했더니 아, 여기 건담도 있고 뭐도 있는데 하는 얘기를 멀어져가며 하셨다. 나는 앜ㅋ넿ㅎ 하다가 온천으로 갔다.
와아 에즈라가 뛰어가던 신발장 위치가 바로 여기구나, 하는 크리피한 마음과 함께 신발보관함으로 갔다. 에즈라가 들어갔던 그 라인에서 하나를 골라 신발을 넣은 뒤 입장 줄을 섰다. 줄은 금방금방 줄었고, 중간에 한국어 안내도가 있길래 하나 챙기긴 했는데 들어가선 한 번도 안 봤다. 그냥 한 번 훑어보고 여기에 뭐 있고 저기엔 뭐 있구나 바로 외울 수 있는 간단한 구조이니 꼭 챙겨올 필요는 없다. 내 차례 돼서 쿠폰 보여주고 열쇠를 받았다. 한국이랑 달리 신발장 키를 회수해가지 않았다. 열쇠 두 개 간수 잘 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덜렁이에겐 어려운 미션이다.
대충 설명 듣고 U카타 교환하러 갔다. 뭐하지 하다가 에즈라랑 제일 비스한 어두운 배경색에 패턴 있는 걸로 고르고 오비(나 이거 명칭 교양시간에 배웠어. 이거 기억한다. 기특하구나. 허리띠 맞지?? 아님 어떡해 헉)도 에즈라랑 똑같은 검은색으로 골랐다.
첫번째 탈의실에서 유카타로 환복한다. 에즈라처럼 사람 없으면 나도 팔 하나 척 올리고 사진 찍고 싶었는데 시장통이어서 못 그랬다. 속옷만 남겨놓고 유카타를 그 위에 입는다. 탈의실 잘 다녀보면 설명글이 있다. 먼저 오른쪽 깃을 왼쪽으로 보내고 왼쪽 깃을 오른쪽으로 보내서 옷에 달린 끈을 묶어 자신을 잘 싸매면 되는데, 나는 오른쪽 깃에 달린 끈은 미처 캐치 못하고 바깥 부분만 끈으로 고정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몇 번 앉았다 일어났더니 전래 섹시해질 뻔 했음. 그래도 불상사는 없었다.
가장 큰 문제가 오비인데, 쭉 둘러보니 다들 그냥 자기 편한대로 묶고 다니는 거 같았다. 설명글에는 그냥 한 바퀴 돌려서 리본 만들고 뒤로 보내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리본이 엄청 길어진다. 나는 그래서 세로로 반 접고, 한바퀴 반인가? 두바퀴인가 돌려서 짧뚱하게 묶은 뒤에 뒤로 보냈는데 그날 오며가며 마주친 사람들 중에 내가 제일 깔끔했다고 자부한다. 그게 뭐 맞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족욕하는 게 너무 좋아보여서 탈의실 나가자마자 족욕탕으로 갔는데 그 추우면 입으라고 주는 외투가 하나도 안 남아있고 그냥 살짝 나갔는데도 발이 너무 차가워서 도로 돌아왔다. 음 벚꽃이 화려하네~ 시끌벅적하네~ 밥부터 먹어야겠어!! 밥!! 이러고 제일 중앙에 있는 푸드코너부터 돌아봤는데 딱히 먹고 싶은 거 없었다. 애초에 일식 초밥 외에는 큰 흥미 없었고, 그렇다고 일본에서 초밥 먹고 싶지는 않았다. 일본 갔다오면 암 걸린다! 하는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히 찝찝한 게 사람 마음인지라. 그래서 일단 초밥 제외하고, 남은 게 뭐 있었더라. 한국 음식도 파는 곳이 있었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한식 먹어야겠냐 싶어서 패스. 라멘도 안 땡기고. 옆으로 더 빠지면 더 큰 푸드코드가 있어서 이동 전에 에즈라가 있었던 곳 사진 한 방 찍고 그쪽으로 가봤다.
하지만 여기도 메뉴는 거기서 거기.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건 없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그나마 제일 무난한 돈카츠 파는 곳에서 기본 돈카츠랑 콜라 사먹었다. 사진도 그렇고 이름도 그러니까 나는 그냥 우리가 늘 먹는 그런 경양식 돈까스 생각하며 건네 받은 진동벨이 울리길 기다렸다.
진동벨 울리고 쪼르르 가서 트레이 들고 가려는데 아저씨가 “조까락”이라고 얘기해줬다. ㅋㅋㅋㅋㅋ 젓가락 챙기고 자리에 앉았는데 그릇이 하나다. 돈까스가 밥 위에 올라가있다. 비벼먹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슬퍼졌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 움직이지, 하고 먹으려고 하는데 숟가락이 없다. 모든 음식을 숟가락으로 받쳐먹는 습관 있는 사람 슬퍼졌다. 뭐 방법 있나, 되는대로 먹었고 맛은 그냥저냥 먹을만 하였다. 탄산은 존맛.
안에는 사실 음식점만 많이 있고 놀거리가 딱히 많아 보이진 않았다. 그 얇은 종이에 장난감 건지는 거 있었는데 아직 9천 엔 잃어버린 충격 가시지 않은 상태라 구경만 하고 해보진 않았음. 셀카 찍는 거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남기자 싶어 셀카 몇 장 찍고 족욕하러 갔다. 아까보다 더 추워졌을텐데 외투 있겠지? 하고 가봤지만 아직도 없음. 그래도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어서 벌벌 떨며 발 담그러 갔다.
나무판자 걸으면서 흐엉 발 시려 했는데 돌길 걸을 때는 더 시려웠다. 인생은 고통!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얼른 족욕탕에 발부터 담금.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라 급하게 들어가도 참을만 했다. 그냥 돌턱에 앉아도 되긴 한데, 그래도 의자라고 만들어놓은 판자에 앉고 싶어서 빈 자리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물길을 따라 걷는데 지압이 장난 아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라 너무 아파서 차라리 발 시려운 게 낫다 하고 밖으로 나와 가로질러 걸었다. 무사히 빈 자리에 안착하고, 유카타를 10센치씩 물에 적시며 사진 좀 찍고 트위터 하다가(ㅎ) 밖으로 나왔다. 추워서 온천 가고 싶었다.
들어가기 전에 건널다리에서 일본인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첫번째 부탁한 사람은 고딩? 20대 초반 여자친구들이었는데 이분들한테는 dslr을 맡김. 되게 열성적이고 에너제틱하게 찍어줬다. 꺄르르 꺄르르 하고 찍고서는 괜찮냐 하길래 어느 정도 빛 잡히고 했으니 퍼펙트 하다고 빈말 하고 고맙다 했다. 애들이 언니 언니 하고 한국말 뭐 하나 더하고 갔는데 그건 기억 안 난다. 귀여웠다.
두 번째는 휴대폰 사진 찍어줄 사람. 지나가는 커플 붙잡고 부탁했다. 이 여자분도 열심히 찍어줬다. 사람들이 자꾸 지나다녀서 사진 찍을 타이밍이 영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나는 원래 내 사진 욕심도 없고 해서 그냥 막 찍어줘도 되는데 여자분이 사람들 없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착해. 글고 나무판자보다 더 차가운 돌길에도 올라가서 찍어줬다. 그래서 그게 제일 잘 나온 사진 됨. 더 찍어주려는 거 나도 미안해서 사진 이쁘다고 고맙다 하고 나갔다.
나 나오니까 그제야 외투 몇 개 회수 돼있더라. 근데 애초에 많이 구비가 안 돼있는 거 같았어. 몇 개 걸려있던 것마저도 사람들 우르르 오니까 금방 동 나서 나 사진 찍어줬던 커플이 이거 입으시라고 건네주는 거 보면서 나는 따뜻한 온천으로 갔다.
여기서도 덜렁였던 게 온천에서 클렌징 싹 다 하고 다시 화장하려고 무거운 가방에 다 넣고 왔는데 클렌징 용품 다 두고 옴 부들부들. 이걸 셔틀 타러 가는 길에 알아차려서 되돌아 갈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네이버에 55에도 화장 이딴 거 검색해서 어떤 분이 자긴 얼굴 안 건드리고 목 밑으로만 왔다갔다 했다는 글 보고 나도 그렇게만 했다.
원래 대중탕 잘 안 가서 별 흥미 없다 생각했는데 노천탕이 좋았다. 일반 목욕탕에 들어가려면 나 배까지 들어가는데 5분 걸리는 사람인데 거기선 추워가지고 그냥 막 들어감 ㅋㅋㅋㅋ 그래서 거기서 좀 있다가 안쪽 탕에도 조금 들어가 있었다. 화장만 지웠더라면 더 오래 있었을텐데 슬슬 땀날 거 같길래 넘 아쉬워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다시 유카타 입고 마지막으로 안쪽 한바퀴 돌고, 크레페 있길래 크레페 하나 먹고 탈의실로 나왔다.
나오면 정산을 해야 한다. 왜 정산 할 때는 한줄 서기를 안 하지, 하고 의미없이 시비를 걸면서 (일본에 대한 병입니다) 눈치껏 짧은 줄에 가서 선다. 부가세와 온갖 택스가 붙은 금액을 계산하고 나면 무슨 코팅지를 하나 주는데 그걸 출구에 있는 분께 주면 온천 투어가 끝이난다.
3 관람차를 늘 타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탔다!
도키요 텔레포트 셔틀 버스를 타면 관람차가 있는 빠레또 프라자 근처에 내려준다. 내가 온천 도착한 게 5시 쯤이었으니 7시 이후 셔틀을 타야하는데, 다른 시간대보다 7시대 배차가 널널하다. 10분 45분이었나? 암튼 나는 뒷편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탑승하고 프라자로 갔다. 멀리서 관람차 찰칵찰칵 하고 가까이에서도 찰칵찰칵 했다. 혼자 온 여행객이 내가 가는 방향과 비슷하게 사진 찍고 있길래 저 사람한테 이따 부탁해야겠다 하고 정면샷 찍으러 감. 난 그 사람도 당연히 이까지 걸어올 줄 알았는데 내가 촬영하고 나니까 그 분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난 너무 멀리와서 주변에 사람 하나도 없음. 인생 고통이다. 모든 의지 상실하고 그냥 바로 관람차로 향했다.
나는 용감무쌍한 사람이어서 애초 계획은 투명 곤돌라를 탈 생각이었는데 투명 곤돌라 너무 안 예뻤다. 그래서 컬러 곤돌라로 티켓 끊고 올라갔는데, 그 줄이 훠얼씬 짧아서 나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탑승 전엔 관람차 사진이 프린터 된 블라인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꼭 찍고 올라간다. 나중에 팔아먹으려고 찍는 사진이다. 타고 나서 결과물 확인 해보니 그럭저럭 잘 나오는데 너무 관광지스러운 사진이라 사지는 않았다. 나는 9천 엔을 잃어버린 사람이니까.
아무튼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 아래 오렌지 색 곤돌라에 올라탔다. 계속 얘기했듯이 나는 일본 에즈라 때문에 왔지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은 눈곱만치도 없는 사람이라 별 기대 안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야경은 단 하나, 도키요 타워. 왜냐면 그거 에펠탑 닯았으니까요 ㅋㅋㅋㅋ 사실 2일차에 JBS 갔다가 마지막으로 로뽕기에서 타워 야경 볼 계획이긴 했는데 왠지 JBS가면 늦게까지 놀 거 같아서 관람차에서 보자하고 포기했더랬다.
근데 잘 안 보인다. 말 그대로 보이긴 한데 예쁘진 않다. 에펠탑은 주변 건물도 다 낮고 정말 밤에 고고히 혼자 빛나는데 도키요타워는 그게 아니다. 우우 별로네~ 기대 안 했고 역시 예상을 빛나가지 않는 야경이었다. 그래도 뭐라도 반짝반짝 하는 게 눈에 들어오고 있으니까 얌전히 앉아서 세상 구경하며 사색에 잠겼다. 사색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관람차가 타고 싶었으면 런던 아이를 타지 그랬니, 이딴 비관적인 생각이었지, 뭐. 커플들끼리 오면 여기서 물고빨고 난리가 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ㅋㅋㅋ
16분 동안 타고 내려와서, 그 뭐냐 유뤼카모뭬 타러 가는 길에 자라가 있길래 들어갔다. 평소에도 딱히 자라 옷 예뻐하는 편은 아니고, 다들 난리니까 혹시라도 이번엔 내 맘에 드는 게 있을까 싶어서 종종 들리는 수준인데 일본에서도 똑같은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 내 맘에 드는 건 없었지.
사실 관람차 하나로 땡하고 숙소 가려고 했는데 (일본에 애정 없음/가고싶은 곳도 없음) 어쩌다 스토어 하나 들어와보니 자연스럽게 빠레또 프라자랑 연결되길래 한번 둘러봤다. 유럽 건물 분위기로 꾸며놓았는데 천장 너무 낮아서 그냥 그랬다. 분수 광장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여성분께 사진 찍어달라고 했는데 딱 착시 효과 내기 좋은 장소였고, 그 여자분도 고걸 잘 캐치하는 분이라 사기샷이 나왔다. 너무 비현실적일 정도로 사기여서 프사조차도 못 하는 수준이었다ㅋㅋㅋㅋ. 기분 조금 좋아졌다.
그뒤로 다른 샵들도 좀 둘러봤다. 하나 궁금했던 게 오아시스 벽에 커다랗게 걸어놓은 매장이 있었는데 뭐하는 곳인가 하는 거였다. 되게 리암이랑 노엘 한창 때 입고 다녔을 법한 옷들 걸려있었는데 너무 남자들 옷이라 사진 못했음.
그리고 지나가다가 벽에 빔으로 창문 영상 쏴주는 곳 앞에서 어떤 강아지랑 주인이 사진 촬영 중인 걸 발견했다. 강아지 너무 얌전하게 인형처럼 앉아있어서 신기했다. 주인한테 나도 너 강아지 찍어도 돼요? 했는데 의사소통 안 돼서 뽀토뽀토 하고 카메라 찰칵찰칵 바디랭귀지 해가며 허락 받았다.
그러고 나서는 유뤼카모뭬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남들 무인열차라고 앞에서 타는 거 나는 그냥 무난하게 3호칸에 탔다. 대구로 오세요. 대구에서도 타실 수 있답니다. 바깥 구경 멍하니 하다가 환승할 역에서 환승하고, 다시 국철 타고 숙소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들러서 내일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랑 요거트 사서 들어갔다.
캡슐 호텔은 처음이었는데 아늑하니 좋았다. 다만 들어갈 때 저 작동도 안되는 티비가 자꾸 걸리적 거리고, 기어가야 해서 무릎에 멍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2층은 아마 더 힘들었을 거다. 다행히 나는 1층이어서 그나마 좀 편하게 다녔다. 내가 직접 커버 씌워야 했지만 도미토리들이라면 원래 다 그런 거고, 이불 푹신 하고 베게 이제껏 다닌 호스텔 중에 제일 좋았다. 담에 도키요 또 오게 되면 다시 여기 묵을 예정이다.
에고 2일차는 언제 다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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